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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내 이름은 부모님께서 지어 주셨다. 내 이름의 조건은 1. ’재’자 돌림 2. 족보에 있는 가족과 겹치지 않는 이름 3. 음양오행의 조화를 모두 갖출 것. 그래서 나온 이름이 유재원(柳在原)이다. ‘있을 재’자에 ‘근원 원’자를 써서 모든 것의 근원이 되라는 뜻이다.

경화여자고등학교

경화여자고등학교는 산속에 위치해 있어서 아침마다 산을 올라야 했다. 등굣길에는 냄새나는 은행 지뢰밭을 마주해야 했고 지렁이와 다양한 생물체들(두더지, 새, 도마뱀)이 반겼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창밖으로 멧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아-아!” 친구들과 자주 울음소리를 따라 하곤 했다. 학교 옥상에 있는 하늘정원에 올라가서 뒷산을 내려다보면 고라니 가족도 볼 수 있었다. 교실과 하늘 정원이 가까워서 자주 올라갔었고 정원의 남는 땅에 직접 식물을 심어 기르기도 했다. 당근과 알타리였다. 생각이 날 때마다 하늘 정원에 올라가...

계원예술대학교 (2019~2022)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전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림이 좋아서 미술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미술 입시를 거쳐 예술대학교에 진학했다. 나는 그 때 디자인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마냥 그리기만 좋아했었다. 전공도 사실 고등학교 성적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단순히 전시 디자인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흥미에 넘어가서 선택하게 되었다. 입학하여 겪어보니 전시 디자인과는 내가 해왔던 것(손으로 그림 그리고, 만들기) 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컴퓨터를 이용했다. 디지털 매체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컴퓨터와 친해지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입학 당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 당시 나한테는 피피티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었다. 더구나 파일 형식은 뭐가 그리 많은지...

숙명예능학원 (2007~2011)

내가 처음으로 다니게 된 학원이다. 동네에 있는 작은 학원이었는데 피아노와 미술을 같이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가 기를 좋아했다. 한 시간은 피아노를 치고 한 시간은 그림을 그렸다. 미술 학원에서는 목탄, 오일 파스텔, 파스텔, 물감, 플러스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고...

영어백배즐기기어학원 (2008~2015)

초등학교 시절의 놀이터였다. 은서, 효진, 가희, 장호, 도섭, 대훈과 어울려 놀았다. 학원에 한 시간씩 일찍 오거나 학원이 끝나면 집에 가지 않고 학원에 남아 보드게임을 했다. Rummikub(루미큐브), Halli Galli(할리갈리), Upwords(업월즈), Gemblo(겜블러), Uno(우노) 등의 보드게임은 모두 학원에서 배웠다. 영어도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백 점을 맞는 날엔 달콤한 초콜릿을, 책을 끝내는 날엔 떡볶이 파티를 하고 여름엔 마라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파티 (신문지 게임, 수건돌리기, 마니또 게임 등)를 했다.

수영 (2008)

어릴 적 엄마의 권유로 8살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생활패턴이 결정됐던 시기였다. 그 당시에는 수영이 죽도록 싫었다. 꾀를 부리지 않는 성격에 힘들어도 쉬지 않고 숨이 차도록 수영을 했다.(같이 수영을 같이 배우던 친구들은 수영하다 말고 이상할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갔다.) 그래서인지 다른 친구들보다 수영을 잘해서 1레인 선두로 달리고는 했다. 2008년 광주시에서 주최한 수영 대회도 출전했던 적도 있었는데...

프린트어부클릿 (2020)

계원예술대학교의 독립출판 모임 ‘프린트어부클릿’에 들었다. 책을 출판하는 법을 배우고 책을 만들어내는 동아리였다. 이 동아리를 계기로 '거북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전시디자인과인 나는 시각디자인과 학생들과 소통하며 시각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C&C (2018)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미술 학원이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정해진 일만 계속하는 기계처럼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내는 행위를 반복했고, 옆자리 앞자리에 앉은 나와 같은 학생들은 친구인 동시에 경쟁자였다. 학교에 나가는 날은 저녁 시간부터 3-4시간 정도 짧게 수업을 해서 버틸 만했지만, 방학을 맞으면 정말 힘들었다. 우리 학원 방학 특강은 10 to 10(텐투텐)으로 수업이 진행됐었는데, 말 그대로 오전 열시부터 오후 열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시험을 보고...

새로운 질서

은서

은서는 유치원때부터 친했던 친구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같이 나왔고 학원과 성당도 같이 다니면서 수많은 추억들을 쌓았다. 슬프게도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Jacquemus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다. 자크뮈스는 프랑스 남부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이며 자연과 색감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도 아름답다.

농장 (2018)

아빠가 집 근처에 작은 농장을 가꿔서 자주 놀러 갔다. 거위 세 마리, 닭들, 흑염소 두 마리(강돌이, 강순이), 삽살개 한 마리(배추) 키웠다. 난 호기심 많은 염소를 좋아했다. 내가 다가가면 염소가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고 나의 바지를 질근질근 씹기도 했다.

백와달팽이 (2016~)

고등학교 1학년 백합제 축제날 과학동아리에서 백와달팽이를 나눔 했다. 강한 번식력 때문에 한 마리만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가 달팽이를 못 키우겠다며 주는 바람에 두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역시나 강한 번식력으로 수백 개의 알을 낳았고 지금까지 기르게 되었다. 수백 마리의 알은 분양을 했고 그의 자손 중 두 마리를 따로 키우고 있다. 처음에 기르던 달팽이(봉골레나)는 5년을 함께하고 세상을 떠났다.

뚱땡이 (2013~2015)

나는 동물을 좋아했다. 어릴 적, 강아지가 정말 키우고 싶었지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어린 내가 제대로 강아지를 케어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엄마는 동물 털이 날리는 것을 싫어해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을 허락해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난 강아지를 포기하고 털이 없는 이구아나로 타협(?)을 보기로 하고, 그 날로 엄마에게 이구아나를 키우게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의 조르기 스킬 중 하나를 적어 보자면, 기타를 치면서...

무실이,피클이 (2019~)

거북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됐다. 무실이와 피클이. ‘뉴기니아 사이드 넥’과 ‘커먼 머스크 터틀’이란 종이다. 처음에 왔을 때 무실이는 손바닥만 하고 피클이는 주먹 만했다. 무실이는 한 손에 잡혔는데 지금은 몸집이 커져서 한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폭풍 성장하였다. 거북이들을 지켜보면 재밌는 현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거북이마다 다른 성향을 발견하는 게 참 재미있다. 무실이는 항상 사람처럼 한쪽 다리를 접고 반대쪽 다리를 쭈욱 펴고 있는다. (아마 무실이의 가장 편한 자세일 것이다.) 피클이는 바위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밥을 먹을 때 외에는 바위 밖에 나와있는 걸 보기 힘들다. 가끔은 무실이와 피클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얘네가 말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참 즐겁다. 어려서부터 나는 나에게 인상 깊은 것들(작품, 식물, 동물 등 뭐든)을 발견하면 따라 만들곤 했다. 초등학생 시절 예술의 전당에서 종이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돌아와서 집 주변에서 박스를 주워다가 종이집을 만들었던 적도 있고, 중학생 때는 천지창조를 보고 우리 집 천장에 벽화를 그려 보려고 시도했었던 적도 있다. (내 생각보다 천장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려워서 기대만큼 그림이 예쁘게 그려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또 나는 그것을 왜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져든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몇 년간 디자인을 배워 오면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비슷하게나마 실현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보다 더 창작을 즐겁게 여기게 되었다. 나만의 것을 찾고 그걸 만들어 내는 것이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일이다.

스웨덴 여행

스웨덴에 사는 작은엄마 댁에 놀러 갔다. ‘Skövde’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작은엄마 동네는 5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앞집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그 모두가 친해 보였다. 앞 집 꼬마 빌마는 자주 놀러와 마당의 딸기를 따먹고 나는 옆집에 놀러 가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체리를 따 먹기도 하고 하루는 이웃 모두가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집 근처의 블루베리 숲에 가서는 블루베리를 따와 케이크를 만들었다. 처음 본 광활한 자연. 걸어서 눈으로 본 모든 것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숨이 탁 트인다는 말을 몸소 경험했다.

옷을 고를 때

옷을 고를 때 최대한 장식이 없고 디테일이 있는 옷을 선호한다. 심지어 새로 산 옷인지 친한 친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비슷한 옷을 산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두 개 사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2016~)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세상 너머의 소식을 접한다. 내가 보지 못한 신기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많다. 즐겨보는 계정은 @earthfocus이다.

구하우스 (2020)

2020년 11월, 양평에 있는 구하우스를 처음 방문했다. 구하우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인데,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장소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진열장을 가득 매운 향수병들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뒤에는 선반 위에 놓여있는 유리병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종들, 식탁 위에 올려진 그릇들, 식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공간,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한공간 한공간을 나설 때마다 감탄했다. 수집의 연속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곳은 나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막연하게 꿈꾸던 것이 현실화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장소였다. 그날 나는 내가 수집한 것들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음악취향

언제부터인가 비트가 있는 팝송이 좋다. 두둠칫 두둠칫. “It’s Love” “Crush!” “Going up the coast” “Mixtape” “Disco Yes” “Heavy” “Golden Cage” “Timebomb “Phone” “I don’t like it”

처음 가진 꿈은 화가이다. 화가로 시작해 사육사-동물을 그리는 사육사-젤리 공장 사장-사진작가-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

나의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난 단순한 모양을 좋아하고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작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딱히 필요하지 않은데 소비하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그 물건들도 고를 때 아주 신중하게 고른다. 신중하게 고른 물건들이기에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내가 모은 물건들에는 저마다의 사연들이 들어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이 쌓이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내가 지나온 시간이자 기억이다.시간이 지나면서 취향도 조금씩 변하고 물건도 변한다. 01. 남산타워 티셔츠 -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02. 줄무늬 목도리 (2020). 03. 줄자 - 각기 다른 모양의 줄자. 작고 귀여워 모으기 시작했다. 04. 텀블러 (2020) -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고 마지막으로 산 텀블러. 제일 아끼는 텀블러이다.

성당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세례명은 루치아이다. 2011년 첫영성체와 2016년 견진성사를 받았다. 초등학생 때에는 성가대의 반주자로 있었다. (사실 신앙심이 있기보다는 성당의 분위기와 성당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다.)

엄마가 들려준 나의 어릴적 이야기

나는 뭔가를 시작하면 완벽을 추구했다고 한다. 아주 어린 시절 손이 발달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블록을 맞추는 일은 어려웠다. 힘들면 그만둘 법도 한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맞추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엔 엄마가 블록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